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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피아노 연주

나의 피아노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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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가 우거진 주택에 세 들어 살았던 유아시절 엄마는 어린 우리 남매를 데리고 피아노를 배우셨다. 

그 당시 엄마가 다니던 피아노학원
엄마가 다니던 피아노학원에서

엄마가 등에 나를 업고 피아노를 쳤고 나는 엄마 등에 업혀서 엄지 손가락을 맛있게 쪽쪽 빨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집에 검은색 업라이트 피아노가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가 어린 나에게 바이엘 과정을 가르쳐 주셨다. 

나는 그렇게 시작했기에 나도 내 딸 아이를 가르치는데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 무렵의 엄마 보다 지금 내가 갖춘 피아노 실력이 더 낫다고 자부했고, 또 대학교 다닐 즈음엔 아이들 대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해 봤기에 바이엘 교육 쯤은 껌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내 딸이 된다면 가정이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알게되었다. 피아노 앞에 앉는 자세부터 흐트러지고 장난스럽게 대하는 아이를 보면서 더이상 진행하면 서로에게 좋을게 없다는 판단이 들어 7살 유치원 입학 시즌인 3월에 맞추어 피아노 학원으로 보냈다. (그 뒤로 평온해진 너와 나 ^^) 새삼 우리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어린 시절의 나는 바이엘 과정은 엄마한테 배우고 체르니를 들어가면서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마침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때 사귄 친구 엄마로부터 피아노 가정 방문 선생님을 소개 받게 되었다. 그 때 선생님 참 좋으셨다. 언젠가 체해서 집 화장실 바닥에 오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집에 아무도 안계시고 혼자 있을 때 피아노 선생님이 오셨는데 상황을 파악한 선생님이 다 치워주셨다 ㅠㅠ 또 좋은 연주회도 함께 데리고 가서 보여주시고 감사했다. 미혼인 선생님이 결혼 하시면서 피아노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신다고 해서 레슨을 멈추게 되었는데 아쉬웠다. 

 그 뒤로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초등학교 4학년까지 체르니 30번쯤 친 것 같다. 경희대 출신 원장님과 여동생이었던 자매 선생님들이 운영하던 피아노학원이었는데 교육 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만한 이벤트에도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셔서 학원 다니는 게 즐거웠다. 크리스마스에는 파티도 열고 겨울방학 때는 눈썰매장도 함께 데려가주셨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 우리집은 또 한 번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뒤에 이사한 아파트 상가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게되었다. 그 때가 초등학교 5~6학년 때인데 이 때 체르니 40번까지 완곡했다. 

그런데 나는 체르니 40번까지 치면서 피아노 대회, 콩쿨을 한 번도 나가 보지 않았다. 무대가 부담스러운 소심한 성격탓도 있었겠지만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게 선생님도 나에게 적극 권유하지 않으셨다. 엄마한테 얘기했는데 경제적 이유로 마다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피아노 학원에서 열린 작은 연주회에서도 곡을 외워서 피아노를 치다가 중간에 생각나지 않아서 악보를 다시 펼치고 연주를 마쳤을 정도니... 그래도 한번쯤은 대회 나가서 연주하는 경험을 해보는것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에 체르니 40번을 치는 아이는 많지 않았고 학교에서 동요대회를 했을 때 아이들의 노래에 반주를 해주는 역할을 했고 중학생이 되면서 다니던 교회에서 반주를 맡기도 했었다. 하지만 매너리즘 탓에 더이상 피아노를 치고싶지 않았다. 체르니 40번까지 완곡하고 중학교 진학을 하면서 피아노 학원은 끊었다.

피아노를 전공까지 할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고, 어느 정도 악보를 볼 줄 알았기에 혼자 열심히 연습하면 치고 싶은 곡은 웬만큼 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피아노 실력은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악보를 보고 그대로 음을 치는 수준에서 마쳐서 곡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 알면서도 채우기 여려운 부분이다. 

암튼 그 이후로 나와 피아노는 멀어지면 가까워지고 싶고 막상 가까워지면 또 멀어지고 싶은 그런 관계가 되었다. 

성인이 되니 다시 피아노를 치고 싶어졌다. 대학교를 다닐땐 음대 다니는 아는 언니의 조언으로 음악 수업을 수강신청해서 교수님께 피아노 레슨 지도를 받기도 했다. 

2021년 어렵게 구한 야마하 p515

  작년 여름 우리집에 다시 피아노가 들어왔다. 결혼 후 10년만에 이사를 하면서 꼭 사고싶은 목록 중 하나였던 피아노, 그런데 코로나 19로 수입 판로가 막혀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당시 6살인 딸 아이의 교육용으로 장만한 것이지만 사실 내 장난감으로 들인 이유도 한몫 했다. 혼자 심심할 때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내가 누르는 손가락이 만들어낸 정확한 음소리가 들릴때 느껴지는 희열도 크다. 취미 생활로 이 만큼 행복을 주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서 기록에 남겨보려고 한다. 프로처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작은 연주회를 열어보고 싶은 꿈(?) 도 꾸어본다. 

암튼 나의 피아노 히스토리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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