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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소소한 일상

14일만에 돌아온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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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뜻밖의 비보

 

 

 

2015년 1월 30일 아침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외할아버지의 소천 소식과 친정집에서 키우는 골든리트리버 하늘이가 집을나갔다는 두가지 비보.

 

당장이라도 하늘이를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하늘이는 똑똑한 골든리트리버니까 분명히 집으로 다시 돌아올꺼라고

 

애써 위안하며 외할아버지의 상을 치르기 위해 안양으로 향했다.

 

2박3일 동안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느라 분주한 주말이 지나갔다.

 

당장 세종으로 가서 하늘이를 찾을 수 없던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http://www.animal.go.kr/portal_rnl/abandonment/loss_list.jsp


유기견보호센터  http://www.animal.or.kr/bbs/board.php?bo_table=lost

 

동물보호센터  http://www.angel.or.kr/

 

강사모  http://cafe.naver.com/dogpalza

 

유사모  http://cafe.naver.com/lovedogcafe.cafe?iframe_url=%2FMyCafeIntro.nhn%3Fclubid%3D10056739

 

 

위 다섯가지 사이트에 실종신고를 올리고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서 매일매일 공고를 확인했다.

 

그 중 동물보호센터에는 긴급 알림을 신청하여 메인페이지에 노출이 되도록 설정했다.

 

그 외에도 골든리트리버카페, 리트리버 카페, 지역 유기견 보호소 카페 등 여러군데 카페를 가입하고 하늘이 소식을 올렸다.
 

 

 

#2. 서산에서 만난 골든리트리버

 

 

 

하늘이가 집을 떠난지 3일째 되는날 서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골든리트리버가 공고에 떴다.

 

 

 

 

 

 

 

컨넬안에서 애처로와 보이는 눈빛이 슬퍼보이는 녀석은 하늘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었지만 수컷에 목에 빨간 목줄을 하고 있다는 점과 발견된 날짜가

 

하늘이가 집을 떠난 바로 그 날이어서 너무나 겹치는게 많았다. 정황상 직접 가서 확인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가 세종에서 서산까지 혼자 걸어갔을리는 만무하지만 사람에 의해 이동했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지금은 우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늘이를 찾는게 시급했다. 나는 월요일 연차를 쓰고 서산으로 향했다.

 

서산의 한 보호소에서 만난 골든리트리버는 하늘이와 닮은 아이였다. 하지만 하늘이는 아니었다.

 

발모양도 다르고 코와 입사이 색도 다르고, 짖는 소리도 하늘이 소리가 아니었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하늘이가 아닌 녀석을 데려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 아직도 안절부절한 못한 모습으로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 하는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뒤로 매번 '포인핸드'라는 앱을 통해 그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았던 것 같다.

 

공고일이 지난 이 녀석은 다행히도 다른 곳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

 

안락사를 면한 것에 대해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디 새로운 주인이 좋은분이셔서 남은 견생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

 

 

 

 

 

 

 

 

#3. 하늘아 어디있는거니?

 

 

  아산에서 거주하고 평택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하늘이를 찾기 위해 할애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었다.

 

평택에서 주인 잃은 골든리트리버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혹시 하늘이일까 하는 10%의 기대감으로 평택에 위치한 동물보호소에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여러 유기견 보호소 사이트와 애견 사이트 뿐 아니라 세종시, 공주시 맘 카페에 가입해서 하늘이를 찾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발로 뛰는 작업에 돌입한 것은 주말이 되어서였고 그날은 하늘이가 집을 떠난지 이미 8일이 지난 후였다.

 

하늘이의 예상 동선을 따라 인근 동네에 전단지와 현수막을 걸면서도 너무 늦은건 아닌지...  8일이라는 시간 산천을 떠돌고 다녔다면 배도 골고 몸도 많이

 

축났을 텐데... 그런 하늘이를 위해 겨우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속절 없고 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건 하늘이에게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박차를 가했다. 어디선가 하늘이도 날 애타게 찾고 있을지

 

모를일이었다.

 

하늘이의 예상 경로를 따라 현수막을 붙이고 그 인근 마을에 전단지를 붙였다. 마을에 집집마다 우편함에 전단지를 넣어놓고,  전봇대에도

 

붙이고 주차된 차량에도 전단지를 끼워넣었다.

 

돌리면서 동네 개들의 짖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혹시 하늘이가 내 냄새를 맡고 자기가 여기 있노라고 소리칠지도 모르니...

 

하지만 잃어버린 지점이 사람들의 유입이 적은 작은 시골마을이라 더 막막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매어놓은 거라면 더욱이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로가에서 화를 당한 것은 아닌지 개장수가 식육견으로 팔아 넘긴건 아닌지....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시청에 문의하여

 

혹시나 30일 이후 로드킬을 당한 동물중에 골든리트리버가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1월 30일 이후 발견된 개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매일매일 공고를 찾아봤지만 하늘이 소식은 없었다. 매일 새로 올라온 소식은 없는지 인터넷을 뒤지느라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더러는 공고에 올라온 아이들이 10일의 공고기간이 지나고 또 10일의 입양기간이 지나면 보호받지 못하고 안락사에 처해질 수 있는 현 시스템에

 

관할 보호소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난 혹시라도 하늘이를 보호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신고를 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4. 용사의 귀환

 

 

 

그러다 어느덧 14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친정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느 분이 하늘이로 추정되는 개 한마리를 보호하고 계시다며 전단지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처음에 나는 반신반의 했다. 지난번처럼 실망할까봐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섣부른 기대를 접기로 했다.

 

하지만 영상대학교 인근에서 발견이 되었다는 것과 전단지의 하늘이 사진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는 말에 아빠는 그 개가 하늘이가 맞다고 확신했다.  

 

하늘이를 데리러 간 곳은 친정에서 약 25km가 떨어져 있는 조치원의 한 화원이었다. 연락을 주신분은 그 곳에서 일하시는데 친정이 있는 동네 근처로

 

배달을 나오셨다가 도로가에서 헤매는 하늘이를 발견했고, 대로변에서 돌아다니는 개가 차에 치일듯 위험해보여서 데리고 가셨다고 한다.  

 

그후로 그분은 하늘이 주인을 찾아주시려고 동네에 오실 때마다 주변을 살폈지만 전단이나 현수막을 발견하지 못했고 14일 째 되는 날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고 연락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렇게 하늘이는 우리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늘이를 찾아주신 감사한 분은 한사코 사례를 마다하셨다. 자신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서 그 입장을 잘 안다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데 갚는 것도 마다하시니 되려 죄송해지기까지 했다.

 

딱 2주만이었다. 2주 전 금요일 아침 집을  나갔다가 2주 후인 금요일 다시 돌아왔다.

 

하늘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당장이라도 친정집으로 달려가서 하늘이를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친정 오빠가 보내준 사진으로 그날 하루는 마음을 달래야했다. 그래도 사진으로라도 하늘이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집으로 돌아와서 개껌을 야무지게도 먹는 하늘이'

 

 

 

사진 속 골든리트리버는 우리 하늘이가 맞았다. 두 눈두덩이위 도톰한 근육과 곰처럼 뭉툭한 앞발, 사자같은 풍성한 갈기, 모든 것이 우리 하늘이었다.

 

요놈아~ 2주동안 어디에서 무얼하고 온거니? 우리가 보고싶기는 했던거니? 집은 왜 나간거니? 물어보고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저 다시 돌아와준 게 고맙고 기특했다. 

 

 

 

 

 

 

#5. 재회

 

 

 

다음날 토요일 하늘이를 만나러 세종으로 갔다. 하늘이를 만나러 가는 길 내내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아마 하늘이를 처음 만났을때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지난주까지만해도 마음이 허해지도록 텅 비어있던 개집 앞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있는 하늘이! 우리 차를 알아보고 깽깽 거리며 짖는다.

 

하늘아! 하늘아! 너 돌아왔구나!  정말 우리 하늘이가 맞구나!

 

14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하늘이는 너무나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어디 다친 곳 하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는 해치님과 하늘이

 

 

 

 

 

" 하늘아 돌아온 기념으로 우리 인증샷 찍을까? 14일간 어땠어? 집 떠나니까 좋드나? "

 

 

 

 

 

"14일간의 여행기? 그딴거 몰라 몰라! 난 그저 이 치킨밀크껌이 맛있단 말이지~ 찍지마! 먹을 때 사진찍음 못생기게 나온다규~ "

 

 

 

 

 

#6. 은혜에 대한 보답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그 분은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분이셨다.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 하늘이는...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생각만해도 몸서리가 처진다. 그런데도 자기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 그 마음 잘 안다면서 한사코 사례를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셔서 되려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 주말 사례금을 대신해 강아지 사료와 간식 등을 사들고 아빠가 하늘이를 데리고 온 곳으로 찾아갔다.

 

그 곳에서 하늘이가 2주동안 머물었던 장소와 함께했던 강아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총 세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우리가 가자 환영의(?) 인사인지 경계의 짖음인지 격하게 반겨주었던 흰 멍뭉이

 

 

 

 

 

하늘이와 닮은 순한 골든리트리버 하늘이 보다는 나이가 좀 있어보였다.

 

우리가 다가가도 짖지 않고 순하고 근엄하게 쳐다본 눈빛이 믿음직스러웠다.  

 

 

 

 

 

한켠에 있던 견사 안에는 박사님처럼 동그란 안경을 낀 시베리안 허스키로 보이는 개가 한마리 있었다.

 

첫인상은 도도해 보였는데 우리가 가자 반기며 꼬리를 흔든다.

 

 

2주 동안 우리 하늘이가 이 친구들과 함께 있었구나! 그래 너희 덕분에 외롭지는 않았겠구나! 정말 고맙다 얘들아.  

 

 

부재중이 주인 아저씨께는 전화로 감사함을 전하고 준비해간 사료와 간식거리를 두고 짧은 쪽지로나마 인사를 대신하고 나왔다.

 

유기견 카페를 운영하는 한 매니저님이 남겨주신 댓글에는 잃어버린 반려견이 다시 주인을 찾을 확률이 1/100 정도로 아주 희박한 일이라고 한다.

 

하늘이 도왔다고 내일처럼 기뻐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댓글들도 있었다. 14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늘이를 잃어보니 그 녀석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인식표와 함께 평소에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유기견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많은 유기견들이 발견되고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애타는 주인들의 목소리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동안 예사로 보고 지나쳤던 길거리의 강아지들을 이제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하늘이를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해서 나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

 

 

 

하늘이를 찾는데 힘써주신 많은 분들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아!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참 고맙구나! 다신 집 나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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