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소소한 일상

부모 상담 첫 번째 날

반응형
다른 사람의 인생에 조언을 주고 도움을 주는 일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한다.

 

늦을까봐 서둘렀더니 13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십분 정도 앉아서 기다리면 되겠거니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선생님들이 모여서 식사 중셨다.

"죄송해요 50분까지 식사 정리할게요" 누군가가 내게 말을 했고

예정보다 이른 방문으로 식사를 방해한 것 같아서 성급히 문을 닫고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나왔다. 

아직도 약속된 시간까지는 8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앉을 곳도 없는 문 앞에서 서서 기다리는 것도 왠지 벌 서는 것 같아서 53분이 되었을 무렵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자고 생각하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50분에 정리하겠다고 하던 식사는 아직도 마치지 않은 상태였고 별다른 안내도 없으셔서 뻘쭘했지만 구석 한 곳에 들어가서 앉았다. 

연거푸 죄송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기 앉아서 기다려달라'는 양해의 말을 먼저 해주셨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선생님과 첫 인사를 나누고 상담을 시작했다. 

교육과를 나와서 교육심리 수업을 들을 때 상담에 대해서 조금 공부해보기도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마다 미술치료 상담 쪽으로 심각한 고민을 했던터라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 전부터 꽤 관심이 있었다. 상담사는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지, 내가 상담사가 된다면 어떨까? 감정이입도 하면서 상담을 이어갔다. 

우선 내가 상담 대상으로 뽑히게 된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설문을 받은 사례 중 도움이 제일 필요할 것 같은 분을 대상으로 뽑았을 거라고 한다. 설문을 완료 후 받아본 보고서에 육아스트레스 지수가 꽤 높았던 걸로 보아 그래서 대상이 되었나 싶다. 

상담 전 적어서 낸 자료를 기초로 내가 현재 처해있는 육아 환경과 아이이 성향을 살펴보았다.

우리 아이는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편으로 예민하고 자기 감정 표현에 솔직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과한 행동 반응을 보인다. 

나는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수동적인 성향으로 어릴적부터 내 감정이나 요구 보다 부모의 의사를 순종적으로 따랐다.

소심하고 주눅들면서 컸던 내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오히려 할 말 다하고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이가 내가 하는 말을 바로 듣지 않고 단호한 꾸지람에도 제 고집대로만 하려할 때면 때때로 이 아이에게 무시를 당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내가 무능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요 질투가 심해서 다른 아이를 칭찬하면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드리면서 토라져요"

상담사 선생님은 어릴적 내가 친정 엄마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나의 반응이나 마음은 어땠냐고 물으셨다.

나는 우리 아이 만큼 표현하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대놓고 토라지진 않더라도 마음으로는 '나는 저 아이만큼 안 예쁜가? 내가 공부를 못해서 엄마가 저런 말을 하나보다' 하고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맞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우리 아이가 보인 질투 섞인 반응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럴 땐 먼저 제3자를 칭찬하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는 방법을 써보라고 하셨다.

"OO아 저 아기 어때?" "응? 예쁘네~" "그치? OO이 어릴 때 처럼 너무 예쁘네~" 이렇게 표현하면 질투섞인 투정의 말이 공감의 언어로 대체 되며 토라지는 모습을 덜 보일 것 이라고... 

 


 

50분의 상담 시간이 너무 빨리 끝났다. 상담이 100% 해결책을 제시해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저 평소에 내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진지하게 공감하고 들어주었다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 조언을 주는 일은 신중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마음이 건강할 때 아이에 대한 마음도 관대해 지고 너그러운 엄마가 된다. 내 마음 관리를 항상 건강하게 잘 돌봐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