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 아이와 함께 떠나는 공세리 여행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라는 작은 마을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줄은 떠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곳곳을 둘러보며 오랜 세월 공세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공세리마을을 찾은 건 5년 전인 2017년 9월 12개월의 아기와 함께였었다.
그 아이가 벌써 훌쩍 커서 7살이 다 되었다니, 그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일인데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니 더욱 설렘 가득했다.
공세리 마을에는 버스정류장도 여느 마을보다 예뻐보였다. 초록색 길다란 의자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의자 두개...
꼭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한 쌍의 노부부 같아 보여서 정겹기 그지 없다.
공세리 성당 주차장 쪽에 그 전에 왔을 적엔 못 보던 조형물이 하나 생겼다. 흡사 노아의 방주 처럼 보이는 큰 배 형상의 조형물이었다. 한 쪽에 입구도 있는것으로 봐서 기도실이나 예배실 같은 공간이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배 모양의 머리 쪽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형상이 보인다.
주차장을 나와 성당으로 가는 진입로에 들어서면 한 무리의 동상을 만나게 된다.
이 역시 그 전에는 볼 수 없던 동상들이었다. 이들은 병인박해 때 순교한 박씨 3형제 (박의서, 박원서, 박익서)의 동상이라고 한다. 동상 뒤로 보이는 느티나무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령이 꽤 오래 된 듯한 모습이었다. 수령이 250년이나 된 보호수로 현재는 치료중인 나무라고 한다.
성당의 좌측편에 자애로운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이 곳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교자들을 모시고 있는 성지이기도 하다.
공세리 성당은1890년부터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장소로
2005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22년 지어진 현재 형태의 건물은 근대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건물로
높은 첨탑이 있고 붉은 벽돌과 회벽돌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건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성당 일원이 수백년 된 나무로 둘러 쌓여있어 주위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은 성당 앞에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마을 주민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해 직접 설립한 도서관이라고 한다.
자기는 생선을 좋아해서 고양이띠라고 말하는 녀석은 오늘도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배고파서 찡찡대는 딸을 데리고 인근 두부집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공세뜰 두부집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주 메뉴는 두부 요리다. 두부버섯전골, 두부김치, 두부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등 두부가 주인공인 음식 메뉴판을 본다.
푸름이에게 선택권을 주니 된장찌개가 아닌 김치찌개를 골랐다. 좋은 선택이야 마침 엄마도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거든 ^^
식사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아이랑 단 둘이 가서 두부 김치찌개 1인분에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서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싫은 내색 없이 주문을 받아주셨다.
음식이 맛이 있기도 했지만 감사한 마음에 밥공기를 두그릇 모두 깨끗하게 비우고 나왔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여기는 '공세곶고지'라는 곳으로 조선시대 300년동안 공세창고로 쓰던 곳의 터가 돌담의 형태로 남아있는 곳이다.
지금 낮은 돌담 위에는 늙은호박만 주렁주렁 열려있다.
이 비석은 당시 곶창을 관리하던 해운판관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라고 하는데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아산 공세곶창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로 의미가 깊다.
오랜 걸음으로 푸름이가 지쳐보여서 카페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기로 했다.
성당길 커피향 이라는 이름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주변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향 가득한 실내는 이렇게 생겼다.
푸름이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아산 지역화폐인 아산 페이로 결제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 장면은 카페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무와 의자가 놓여있는데 바람도 살랑거리고 당장 앉아서 쉬었다 가고 싶은 나무였다.
이 나무가 팽나무여서 쉼터 이름이 팽나무 쉼터라고 한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우영우에서 나오는 바로 그 팽나무이다. 아산 공세리마을에는 이렇게 오래된 거목들이 많은데
4~5그루의 나무가 국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아산시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공세리 성당 인근에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무려 700년의 세월을 견뎌온 회화나무라고 한다.
700년을 살아온 나무와 이제 7살이 된 아이의 묘한 대비가 재미있다.
700년의 인고의 세월을 오롯이 안고 살아가는 나무를 보니 절로 숙연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위안을 얻었을까?
2022년의 공세리 성당을 어반스케치로 담아보았다.
그림 그리는 과정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 )
[낭만작가의 아산스케치] EP.01 공세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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