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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푸블리의 성장일기

별에서 온 토란이가 다시 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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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임신을 확인한 이후부터 여러 블로그를 찾아서 관련 글들을 찾아보며 많은 사례의 유산 경험자들의 글을 보았지만

 

그 중 한 명이 바로 내가 될 줄은 몰랐었다. (으레 그랬다....)

 

대략 7주 정도 주수가 예상이 될 무렵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아기집은 2.3cm 가량 커져있는데 난황도, 아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고사난자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사난자?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또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아기집은 있으나 그 안에 있어야 할 난황과 아기는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약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어 더이상 태아로 분화되지 않고 아기집만 있는 상태.

 

더러 간혹 12주에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원장님은 이정도 크기의 아기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소견은 아니라며 

 

큰 희망은 갖지 않는게 좋다고 단호하게 말하셨다.

 

음... 한동안 멍해졌다. 왜? 내가? 그런걸까?

 

더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더 건강한 아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으로 삼으라고 했지만

 

왠지 내 잘못으로 그렇게 된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여자로서의 상실감, 자괴감 등이 느껴졌다.

 

초기엔 절대 안정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서울과 아산을 일주일에 두번씩 왕복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과제로 밤샘 작업을 한 탓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나 싶기도 하고 지난 3개월간 건강관리를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너무 이른 시기에 주변에 알려서 축하를 해준 많은 지인들한테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주책맞은 입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첫 임신 소식에 너무 좋아해주셨던 우리 양가 부모님들께 사실을 말씀드리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결혼 후 4년만의 임신이었다. 그동안 '아직 좋은 소식은 없느냐?' '너희는 아이 없이 둘이서만 재미나게 살거냐?' 는 주변 친척들의 질문에도

 

크게 재촉하지 않으시고 둘이서 여행 다니면서 삶을 즐기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우리의 삶을 존중해주시던 시부모님이시다.

 

그런데 첫 임신 소식을 들으시고는 '아이고 우리 큰며느리가 임신해서 너무 좋다'를 연발하시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셨는데...  

 

 

일주일 후 다시 찾은 병원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역시나 아기집은 3cm 가까이 커져 있었지만 아기집은 비어있었다.

 

수술은 15분만에 끝이 났다. 생각보다 간단한 수술이었다. 하지만 몸보다 마음을 추스리기 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싶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초기에 쿵쾅거리를 심장소리 듣고 꼬물거리는 태아를 초음파로 확인하고도 유산하는 사람들의 심정만 할까?

 

그래! 토란이가 집을 지어놓고 보니 아직 엄마가 준비가 덜 되어서 다시 살던 별로 돌아간거야.

 

엄마가 더 건강하게 자기를 품을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더 주기로 한거 아닐까? 그렇다면 내 몸을 앞으로 잘 추스리고 더 건강한 모습으로

 

널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하는것이 내가 앞으로 해야할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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